문해량은 비에 젖은 운동화 밑창을 쇼룸 입구 매트에 세 번 문지르고 들어온다. 하루 계약서에는 “전도연 손 대역 및 후면 대역”이라고 적혀 있고, 그녀의 휴대폰에는 집주인의 독촉 문자와 문선례 요양원 미납 고지서 사진이 겹쳐 떠 있다. 문해량은 대기실 거울 앞에서 전도연의 손짓을 흉내 내며 손목 각도를 맞춘다. 웃어야 할 때는 입꼬리를 조금만 올리고, 소파에 앉을 때는 무릎을 모으고, 식탁 앞에서는 컵을 들기 전 숨을 한 박자 늦춘다. 남의 얼굴이 화면에 뜨는 동안 자기 이름은 사라진다는 사실이 오늘은 오히려 다행처럼 느껴진다.
서울 외곽의 대형 에몬스 쇼룸은 폐점 후에도 환하다. 거실 존의 흰 소파는 중앙에 놓여 있고, 낮은 원목 테이블 위에는 얇은 유리잔과 작은 책, 베이지 러그 위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 결이 정돈되어 있다. 왼쪽 침실 존에는 새 침대 프레임과 협탁이 고요히 놓였고, 오른쪽 식탁 존에는 촛불 세 개가 켜져 있다. 수납장은 닫힌 입처럼 벽을 등지고 서 있다. 윤초아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쿠션 모서리를 두드려 각을 세우고, 남기준은 줄자를 목에 건 채 러그 끝을 발끝으로 밀어 정확히 맞춘다. 백도겸은 이어피스를 누르고 송출 시간을 확인하며 “전도연 배우님 도착 지연. 손 대역 먼저 들어갑니다. 감정은 줄이고 온기만 주세요”라고 말한다.
문해량은 흰 소파 앞에서 멈춘다. 이상하게 차가운 냄새가 난다. 새 가구 냄새 아래, 오래된 국물 냄새가 아주 얇게 깔려 있다. 남기준은 그 냄새를 맡은 사람처럼 눈꺼풀을 한 번 내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윤초아가 쿠션 하나를 문해량의 허리 뒤에 받치며 “선배님, 여기 앉으시면 프레임이 제일 예뻐요”라고 속삭인다. 문해량은 ‘선배님’이라는 말에 짧게 웃고, 콜시트를 접어 소파 옆 테이블에 놓은 뒤 앉는다.
소파가 숨을 쉰다.
처음에는 스프링이 눌리는 소리처럼 작다. 곧 팔걸이 안쪽에서 문해량 자신의 열일곱 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 다시는 이 집 밥 안 먹어.” 문해량은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허벅지가 쿠션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다. 베이지 러그의 결이 발목을 감고, 쿠션 주름이 손가락처럼 허리를 붙든다. 식탁 촛불이 키를 늘리자, 에몬스 식탁 위에 흰 국그릇 하나가 놓인다. 문선례가 그 뒤에 서 있다. 오래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손등이 촛불빛에 반쯤 비친다. 그녀는 문해량을 꾸짖지 않고 숟가락을 가지런히 놓는다. “식기 전에 먹어.”
백도겸은 컷을 외치지 않는다. 그는 모니터 앞에서 몸을 굳힌 채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계속 갑니다. 이 얼굴, 가짜로 못 찍어요.” 문해량은 그의 말을 듣고 소파 팔걸이를 손톱으로 긁는다. 손톱 끝이 하얗게 일어나고, 흰 천에는 아주 작은 실밥이 튀어나온다. 남기준은 그 실밥을 보고 한 걸음 다가오지만, 문해량을 떼어 내는 대신 쿠션을 바로 세운다. “브랜드 톤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거실은 안전해 보여야 해요.” 그 순간 소파가 남기준의 손등 아래에서 낮게 웅얼거린다. 남기준은 알아듣는 사람처럼 입술 안쪽을 깨문다.
문해량은 카메라 앞에서 버티려 한다. 하루치 출연료, 밀린 월세, 요양원 고지서가 머릿속에서 차례대로 접힌다. 그러나 식탁에서는 문선례가 반찬 접시를 하나 더 꺼낸다. 접시가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너무 평범해서 문해량은 더 견디기 어렵다. 그녀는 “엄마, 지금은 안 돼”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광고용 마이크에 잡혀 쇼룸 천장 스피커로 되돌아온다. “지금은 안 돼.” 수납장이 그 말을 삼키듯 덜컥 닫히고, 문해량의 목이 잠긴다.
윤초아는 겁에 질려 웃는다. 그녀는 규칙을 모른 채 규칙을 지키려 한다. 쿠션 하나가 카메라 밖으로 굴러가자, 윤초아는 반사적으로 뛰어들어 그것을 안고 소파 앞으로 무릎을 꿇는다. 문해량은 손을 뻗어 “오지 마”라고 하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윤초아는 백도겸의 눈치를 보고, 남기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 자기 이름표 뒤에 접어 둔 정규직 추천서 양식을 만진다. 그리고 문해량이 일어나지 못하는 자리에 자기 몸을 살짝 밀어 넣는다. “제가 잠깐만 맞출게요. 컷 깨지면 안 되니까.”
문해량의 몸이 갑자기 가벼워진다. 대신 윤초아의 어깨가 소파에 박힌다. 쿠션 틈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누나, 언제 와?” 윤초아는 입꼬리를 올린 채 쿠션을 더 세게 끌어안는다. “곧 데리러 갈게.” 그 말이 나오자 흰 소파의 천이 윤초아의 장갑을 붙잡고, 식탁 촛불 하나가 파랗게 낮아진다. 문해량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도망칠 수 있다. 유리문까지 열 걸음이다. 하지만 윤초아의 손목이 떨리는 것을 본 순간, 문해량은 자기 발밑에 가지런히 벗어 둔 신발을 보지 않고 맨발로 러그를 밟는다. 러그는 그녀를 다시 기억하려고 결을 세우지만, 문해량은 윤초아 쪽으로 달려간다.
백도겸은 그녀의 팔을 잡아 막는다. “지금 빠지면 둘 다 끝나요. 송출 3분 전입니다. 전도연 배우님 도착하면 정리됩니다.” 문해량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백도겸은 더 세게 붙든다. 그는 문해량을 카메라 동선 안쪽으로 밀어 넣고, 자기 몸으로 유리문 방향을 가린다. 문해량은 그제야 백도겸의 모니터 뒤 수납장 문이 조금씩 벌어지는 것을 본다. 안쪽에는 필름 상자도, 소품도 없다. 어둠 속에서 늙은 남자의 입 모양 같은 틈이 열렸다 닫힌다. “말하지 마라.” 수납장이 백도겸 아버지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백도겸의 손가락이 문해량 팔에서 느슨해진다. 그는 한순간 숨을 못 쉬고, 그래도 이어피스를 누른다. “카메라 둘, 윤초아 클로즈업.”
남기준은 수납장 뒤로 가서 접힌 배치도를 꺼내 찢으려 한다. 문해량이 그를 붙잡는다. 배치도에는 흰 소파가 원래 창고 깊숙한 곳에 “전시 금지”라고 적힌 자리에서 꺼내졌다는 표시가 있다. 남기준은 종이를 가슴에 구기며 말한다. “소파가 사람을 붙잡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놓고 간 말을 붙잡는 겁니다. 쇼룸이 집처럼 보이려면, 누군가의 집이 필요했어요.” 그는 흰 소파가 오래전 반품된 가구였고, 앉은 사람마다 돌아가지 못한 약속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도 중앙에 놓았다. 전도연이 앉으면 브랜드의 얼굴이 그 모든 약속을 덮어 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전도연은 늦었고, 문해량이 먼저 앉았다.
문해량은 남기준의 멱살을 잡고 거실 존 한가운데로 끌어낸다. “알면서 앉혔어요?” 남기준은 대답하지 못한다. 그가 침실 존의 침대 프레임 쪽으로 뒷걸음치자, 침대 매트리스가 없는 프레임 안에서 젖은 이불 냄새가 올라온다. 남기준의 눈 밑 그늘이 갑자기 깊어지고, 그는 프레임 모서리를 붙든 채 무릎을 꿇는다. 잠들지 못한 밤들이 실밥처럼 그의 소매에서 풀려나와 침대 살에 감긴다. 그는 처음으로 가구에 명령하지 않고 애원한다. “오늘만 조용히 해 달라고 했잖아.” 침대는 대답 대신 그의 손목을 무겁게 만든다. 문해량은 그를 지나쳐 윤초아에게 간다.
식탁 의자들이 유리문 쪽으로 하나씩 밀려가 길을 막는다. 문선례는 국그릇을 들고 문해량 앞에 선다. 그녀의 손등은 더 투명해져 있고, 촛불이 꺼질 때마다 어깨선이 흐려진다. 문해량은 어머니를 밀치고 갈 수 없다. 그러나 윤초아는 소파 위에서 점점 작아진 목소리로 “동생이 아직 기다려요”라고 말한다. 문해량은 식탁 앞에 멈춰 선다. 숟가락을 든다. 국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녀는 카메라를 보지 않고 문선례를 본다. “잘 먹었습니다.” 그 한마디를 하자 식탁 의자 하나가 뒤로 물러난다. 문선례는 처음으로 웃지 않고 운다. 눈물은 떨어지지 않고 촛불 속에서 작게 튄다.
그때 유리문 밖에서 전도연이 도착한다. 그녀는 매니저도 우산도 밀어내고 손바닥으로 유리문을 친다. 안쪽의 식탁 의자들이 문을 막고 있어 열리지 않는다. 전도연은 문을 향해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자기 금색 이어피스를 빼 유리문 아래 좁은 틈으로 밀어 넣는다. 문해량이 달려가 그것을 줍는다. 전도연은 유리 너머에서 입 모양으로 말한다. “당신 목소리로 해요.” 그 순간 문해량은 자신이 오늘도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뒷모습으로만 남으려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이어피스를 귀에 꽂지 않고 손에 쥔다. 지시는 듣지 않겠다는 표시다.
백도겸은 마지막 송출 카운트를 외친다. 그는 여전히 멈추지 못한다. 하지만 문해량이 윤초아를 소파에서 끌어내리려 하자, 백도겸은 카메라 레일을 잡고 몸으로 막아선다. “이 장면이 나가야 둘 다 산다고요. 광고주도, 플랫폼도, 여기 있는 사람들 임금도.” 문해량은 그를 밀치지 않는다. 대신 백도겸의 이어피스를 잡아당겨 바닥에 떨어뜨린다. 작은 기기가 러그 위에서 굴러 멈춘다. 백도겸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주우려 허리를 숙인다. 그 순간 수납장이 활짝 열리고, 안에서 그의 아버지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네가 멈추면 다 굶는다.” 백도겸은 굳는다. 문해량은 그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워 윤초아를 보게 한다. 윤초아의 장갑 낀 손끝은 소파 천에 반쯤 파묻혀 있다. 백도겸은 처음으로 타임코드를 보지 않고 사람의 손을 본다.
남기준은 침대 프레임에 붙들린 채 손을 뻗어 찢어진 배치도 조각을 문해량에게 던진다. 그 조각 뒷면에는 오래된 창고 관리자의 손글씨가 적혀 있다. “약속을 꺼낸 자리는 약속을 새로 놓아야 닫힌다.” 문해량은 그것을 읽고도 종이를 버린다. 해결은 글자가 아니라 몸으로 해야 한다. 그녀는 흰 소파 앞에 무릎을 꿇고 윤초아의 장갑을 벗긴다. 장갑이 벗겨지자 윤초아의 손바닥에 쿠션 결 자국이 깊게 남아 있다. 문해량은 그 손을 자기 두 손으로 감싼다. “네가 데리러 간다는 말, 네 혼자 갚지 마. 지금은 일어나.”
윤초아는 고개를 젓는다. “제가 일어나면 선배님이 다시 붙잡혀요.” 문해량은 숨을 들이쉰다. 도망치거나 대신 앉는 것만이 선택이라고 믿었던 순간이 무너진다. 그녀는 소파에 앉지 않고, 소파 앞 바닥에 앉는다. 식탁에서 가져온 숟가락을 낮은 원목 테이블 위에 놓고, 전도연의 이어피스를 그 옆에 둔다. 그리고 카메라가 켜진 쇼룸 한가운데서 자기 이름을 말한다. “저는 문해량입니다. 오늘 전도연 배우님의 대역으로 왔고, 열일곱 살에 엄마 밥상을 버리고 나간 뒤 한 번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을 두고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흰 소파는 더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해량의 몸을 붙잡지 못한다. 송출된 말이 약속으로 굳어, 소파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숨긴 말뿐이기 때문이다. 문해량은 윤초아의 손목을 잡아당긴다. 백도겸이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지키려 움직이지만, 전도연이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다. 식탁 의자 하나가 전도연의 무릎을 치고 넘어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백도겸과 카메라 사이에 선다. “이제 얼굴은 제가 책임져요. 사람 먼저 빼요.” 백도겸은 손을 들어 카메라를 가리려다, 결국 그 손으로 윤초아의 팔을 잡아 소파에서 떼어 낸다. 그의 손등에 수납장 문틈 같은 검은 자국이 남는다.
윤초아가 소파에서 떨어져 나오자 쿠션 틈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진짜 와?” 윤초아는 울면서도 웃지 않는다. “응. 이번엔 날짜를 말할게.” 그녀는 자기 이름표 뒤에 접어 둔 추천서 양식을 꺼내 찢고, 그 종이 조각을 소파 위에 올려 둔다. 정규직을 얻기 위해 삼켰던 말 대신, 동생에게 전화를 걸겠다는 새 약속을 그 자리에 놓는다. 소파의 천이 종이를 빨아들이듯 눌렀다가 놓는다. 윤초아의 손바닥 자국이 조금 옅어진다.
남기준은 침대 프레임에서 풀려나 비틀거리며 거실로 온다. 그는 소파 앞에 무릎을 꿇고 줄자를 풀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제가 배치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작지만 쇼룸 전체에 울린다. “집처럼 보이게 하려고, 누군가의 집을 훔쳤습니다.” 수납장이 덜컥 열린다. 그 안에서 그가 숨겨 둔 찢어진 배치도 조각들이 쏟아지고, 닫힌 입 같던 문짝이 느리게 벌어진 채 멈춘다. 남기준은 그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문해량과 윤초아가 지나갈 길을 자기 몸으로 막고 있던 식탁 의자들을 하나씩 치운다. 손가락이 끼어 피가 맺히지만 그는 계속 민다.
문선례는 식탁 끝에 서서 문해량을 본다. 촛불은 이제 거의 꺼져 간다. 문해량은 어머니에게 달려가 안으려 하지만, 팔은 빈 앞치마 냄새만 통과한다. 문선례는 국그릇을 문해량 손에 쥐여 준다. “다음엔 식기 전에 와.” 문해량은 대답을 미루지 않는다. “내일 갈게. 돈 때문에가 아니라, 밥 먹으러.” 그 말이 쇼룸 천장에 걸리고, 촛불 하나가 조용히 꺼진다. 문선례의 모습은 사라지지만 식탁 위에는 물기 닦인 자국이 남는다.
생방송 0초가 지나고도 백도겸은 “컷”을 말하지 못한다. 카메라는 여전히 켜져 있지만, 그는 더 이상 장면을 소유하지 못한다. 전도연은 흰 소파 앞에 선다. 모두가 그녀가 앉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앉지 않고 손바닥으로 팔걸이의 온도를 확인한다. “여기 사람 앉는 자리 맞죠.” 그 말에 쇼룸의 조명이 한 번 깜빡인다. 전도연은 문해량에게 고개를 돌린다. “대역 말고, 본인으로 다시 찍죠. 광고가 아니어도 됩니다.” 백도겸은 처음으로 이어피스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장면은 계획된 CF가 아니다. 문해량은 흰 소파에 앉지 않는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 앉아 식은 국그릇을 두 손으로 감싼다. 윤초아는 옆에서 휴대폰을 들고 동생에게 전화를 건다. 남기준은 거실 중앙에서 소파를 창고로 옮기기 위해 바퀴 달린 운반대를 끌어오고, 백도겸은 카메라를 내려 사람들 눈높이에 맞춘다. 전도연은 유리문을 열어 비 냄새가 쇼룸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완벽한 거실의 온도는 흐트러지고, 러그에는 맨발 자국과 의자 끌린 자국이 남는다. 에몬스 쇼룸은 더 이상 흠 없는 집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 막 돌아온 집처럼 보인다.
새벽이 오기 전, 흰 소파는 창고로 옮겨진다. 문해량은 유리문 앞에서 신발을 찾아 신지 않는다.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은 채 전도연이 건넨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윤초아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주차장 빗물 위에 쇼룸 불빛이 길게 흔들린다. 문해량의 휴대폰에는 요양원 번호가 떠 있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벨이 울리는 동안 도망칠 핑계를 찾지 않는다. 쇼룸 안에서는 남기준이 마지막 쿠션을 운반대에 올리고, 백도겸이 카메라 배터리를 손으로 빼낸다. 수납장은 열린 채 침묵하고, 식탁 촛불의 연기는 늦은 저녁 냄새처럼 천천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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